우리가 흔히 말하는 MZ 세대는 M(밀레니엄, 1980년대 초~1990년대 중반에 출생한 인구) 세대와 Z(1990년대 중~2010년대 초반에 출생한 인구)를 합친 단어이다. 이걸 면밀히 살펴보면 MZ세대의 끝과 끝은 40초 중반 나이대의 인구와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나이대가 섞여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겪은 문화와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세대로 묶는 것은 어색함이 있다.
MZ세대라는 단어가 나오고 나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MZ라는 단어를 대체할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이 잘 파(Zalpha) 세대이다. Z세대와 α(알파, 2010년 이후 출생 한 인구) 세대를 합친 신조어이다. 잘파세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이전 글을 쓰면서부터이다. 현재 학생 신분인 알파세대가 어째서 갤럭시보다 아이폰을 선호하는지에 대해 탐색한 글을 썼다. 글을 쓰며 알게 된 책 '이제는 잘 파세대다'를 읽어보았다. 책에서는 단순히 핸드폰 자체를 넘어서 문화와 환경, 알파세대가 살아가는 방식이 이전의 삶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지적했다. 알파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른 환경적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3 학생들이 아이폰을 선호하는 이유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아이폰 선호도가 갤럭시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핸드폰의 성능으로 따지면 아이폰과 갤럭시 둘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charlie2311.tistory.com
첫 째는 기성세대의 결혼관이 비혼주의로 바뀌고 있고, 이에 따라 출산율이 떨어지는 시대에서 태어났다. 귀하게 태어난 아기는 가족뿐만 아니라 친인척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다. 아이들은 10 포켓(아빠, 엄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외삼촌, 이모, 삼촌, 고모)에 둘러싸여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자라서 돈이 모자라지 않다. 명품을 구입하는 데에 이전 세대보다 부담이 적다. 아르바이트를 하루 만에 그만둬도 도망칠 도피처가 마련되어 있다. 이들은 가족과 미래를 위해 지금의 행복을 뒤로 미루지 않는다. 지금 현재에 자신의 시간을 가치 있게 사용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때문에 맞지 않는 회사생활이나 아르바이트를 짜증 나도 버텨가며 할 이유가 없다. 그 시간에 디지털 기반의 다양한 매체에서 접한 정보들을 토대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에 더 흥미 있어한다. 틱톡을 찍거나, 유튜브 영상을 만들거나 등이다. 대학 -> 졸업 -> 취업 -> 결혼 -> 육아 -> 노후와 같은 기존의 인생흐름 방식은 알파세대에서는 적용성이 낮을 수 있다. 그 기반에는 10 포켓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존재하고 '이렇게 회사에서 돈을 벌어봤자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라는 경제상황이 있다.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들이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참고 투자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둘 째는 디지털 온리(Digital Only)이다. Z세대가 학생이었을 무렵 아이폰이 출시되었고, 첫 스마트폰이 세상에 알려졌을 무렵 알파세대가 태어났다. Z세대는 이제 아날로그보다 디지털이 익숙하고, 알파세대는 디지털이 기본인 세상에서 태어났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보량과 속도이다. 잘파세대가 경험하고 있는 방대한 정보와 빠른 속도는 이전 세대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발전 중이다. 디지털에 익숙한 잘 파세대는 많은 양을 폭넓게 이해하고 그 안에서 정보를 캐치하는 데에 능력을 갖고 있다. 빠르게 정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에도 소질이 있다. 반면, 하나에 깊게 집중하는 것은 잘하지 못한다. 집중하는 와중에도 주변에 수많은 정보들이 이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잘 파세대가 현 회사구조에서 적응하려면 자기 일에 집중하고, 옳은 정보와 그릇된 정보를 파악하는 스킬이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반면 창의적이나 기발한 생각들로 자신을 표현하고 여러 정보를 유용하게 엮어서 가치를 창조하는 것에 능통하다.
마지막으로, 코로나이다. 잘파세대는 학창 시절에 코로나로 인해 거의 3년 간 비대면 수업을 들어야 했다. Z세대 대학생의 경우 신입생으로 학교에 입학했지만 첫 등교는 코로나가 끝난 3학년 무렵이었다. 언택트 기간이 길어지면서 잘 파세대에는 특이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을 겪으면서 사회성과 소속감을 경험했어야 할 아이들은 모바일 SNS에 더 익숙해졌다. 잘 파세대만의 개인주의가 만들어졌지만, 우리가 아는 개인주의와는 좀 다르다. 정말 본인만 생각한 다기보단 회사와 같은 집단에 소속되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자중감이 높아진 것이다. 반면, SNS에서 소통하고 폭넓지만 얇은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잘한다. 세상과의 단절로 인터넷상의 소통이 더 친숙한 잘 파세대는 코로나가 끝난 지금까지도 이런 소통방식을 원한다.
잘파세대는 코로나를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겪어보았다. 그들에게 행복을 미루고 미래에 투자하라고 말하는 것은 고문일 수도 있다. 현재를 즐기면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세대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더 많은 정보가 수 없이 밀려들어올 것이다. 그들의 장점인 정보 파악력과 이를 유연하게 엮는 스킬은 미래를 살아나가야 할 능력이 될 수도 있다. 디지털이 기본이고, 메타버스에서 수업과 친구들을 만나는 잘 파세대는 디지털 세상에 맞게 진화한 뇌를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전 세대가 자신이 자라오고 배워온 방식으로 잘파세대를 가르치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변했다. 잘 파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정보를 유용하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길러준다면 잘 파세대는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다. 그들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것보다 현대에 적응하고 있는 또 다른 인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다음 세대를 맞이하는 방법이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야근은 이롭다 (1) | 2024.01.05 |
---|---|
#4 우리는 모두 충무공이 될 수 있다 ('노량: 죽음의 바다' 후기) (1) | 2023.12.31 |
#3 학생들이 아이폰을 선호하는 이유 (1) | 2023.12.30 |
#2 잉여인간 (1) | 2023.12.27 |
#1 혼술 (1) | 2023.12.26 |